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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복지로 부당해고 기간제 근로자 못받은 임금 받기 쉬워진다

협의회 0 2,661 2014.03.03 11:31
 
경남의 한 택시회사에서 일하던 김모씨는 지난 2010년 7월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해고당했다. 그는 곧장 지방노동위원회로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두 달 뒤 지노위는 회사에 김씨를 제자리로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김씨가 벌 수 있었던 돈(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김씨의 기쁨은 잠시뿐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10월에는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중노위의 같은 명령에도 불복한 사업주가 법정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며 상황은 돌변했다. 행정법원과 고등법원·대법원(2012년 6월 판결) 3심 모두 “돌아갈 회사가 사라져(폐업) 구제(복직)할 수 없다. 중노위가 처리할 사항이 아니므로 임금 문제는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며 중노위의 임금지급명령을 취소했다. 결국 김씨는 부당해고가 명백한데도 2년이 지나도록 한푼도 보상을 못 받은 채로 다시 지루한 소송전에 뛰어들어야 했다.

2010년 5월, 계약기간을 7개월가량 남겨놓고 해고된 기간제근로자 이모씨의 사례도 비슷했다. 지노위·중노위에서는 회사에 복직·임금지급을 명령했지만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는 동안 이씨의 계약기간이 끝나며 복직이 불가능해졌다. 2012년 대법원은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끝나 중노위 판정이 무의미하다. 못 받은 임금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부당해고가 확실해도 계약기간 종료 등의 이유로 복직할 여건이 안 되면 법원 판례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행정절차만으로는 임금 상당액을 받을 수 없어 근로자들은 힘겨운 민사소송을 벌여야 한다. 근로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노동위 명령만으로도 임금 상당액을 받을 수 있도록 중노위와 정부가 올해 안에 법 개정에 나선다.

27일 중노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23조 1항에는 근로자가 노동위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조건으로 해고와 휴직·정직 등이 명시됐을 뿐 임금 미지급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앞선 사례처럼 복직 여건이 갖춰져야만 노동위 구제절차가 가능하고 이에 따른 임금지급명령도 유효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노동위가 임금지급명령만 따로 못한다는 것.

이 때문에 근로기간이 짧은 기간제근로자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간제근로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해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하더라도 사업주가 지노위-중노위-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면 그새 최장 2년인 계약기간의 종료 시점이 지나버린다. 복직은 힘들어진 상태에서 임금 상당액이라도 받고 싶지만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민사소송까지 벌여야 하다 보니 다수의 근로자가 포기해버린다. 이 점을 악용해 사업주들은 어떻게든 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 시간을 지연시키는 상황이다.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중노위는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며 법원의 다른 해석을 기대했지만 번번이 같은 답이 돌아오자 지난해부터는 복직할 수 없는 해고사건이 접수되면 부당해고 여부도 따지지 않고 각하(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사건에 얽매여 시간을 허비하느니 민사소송이라도 빨리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근로자 구제절차를 무료로 신속히 진행하려고 만든 노동위가 눈앞의 부당해고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중노위와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나섰다. 복직이 불가능해도 노동위가 구제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의 조문을 새로 만들거나 노동위가 원직 복귀와 무관하게 임금지급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법원의 기존 판례와 달라지는 만큼 법리적 검토도 필요해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설명했다.

박길상 중노위원장도 이번 법 개정의 중요성을 감안해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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